보상은 내적동기와 창의성을 저해한다.

보상은 내적 동기와 창의성을 저해한다                  장재윤           2003.03.31

「노인의 집 뒷마당에는 넓은 공터가 있어 매일 동네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였다. 그는 조용한 생활을 원했지만, 시끄러운 공놀이 때문에 방해를 받았다. 몇 번 아이들에게 주의를 줘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의 공놀이가 너무나 재미있어 노인의 주의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인은 고민하다가 마침내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다음 날 그는 공터로 나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이곳에서 공놀이를 하면 10센트를 주겠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10센트씩 주었다. 아이들은 다음날에도 공놀이를 하였다.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공터로 나와, 5센트씩을 아이들에게 주면서 말했다. "10센트는 너무 많아, 오늘은 5센트밖에 주지 못하겠구나". 아이들은 그래도 여전히 만족한 듯 물러났다. 다음 날 아이들이 다시 공놀이를 하면서 노인을 기다렸다. 얼마 후 노인이 나와 아이들에게 1센트씩을 주었다. 한 아이가 "오늘은 왜 1센트만 주세요?"라고 물었다. "오늘 형편이 그렇게 밖에 되지 않는구나, 1센트라도 가져가든지 아니면 떠나거라" "우리가 단돈 1센트에 이렇게 와서 뛰어다니며 공차기를 하겠어요?" 아이들은 다음 날부터 공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인간이 어떤 행동(활동)을 하게 되는 데에는 동기가 있게 마련인데, 심리학에서 동기는 크게 內的 動機와 外的 動機로 구분한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있어 행동 그 자체로부터 즐거움이나 성취감을 얻기 때문에 하게 되면 내적 동기로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어떤 화가가 그림 그리는 활동 자체로부터 오는 즐거움 그리고 작품을 완성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 때문에 그러한 활동에 종사하면 그는 내적 동기가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그 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어떤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예를 들어, 돈을 벌기 위해), 그는 외적 동기로 그림 그리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70년대 몇몇 사회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내적 동기로 특정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보상(외적 동기요인, 예를 들어, 돈)이 주어지면 그 행동에 대한 내적 동기가 감소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위의 우화는 이러한 보상에 의한 내적 동기 감소 효과를 잘 묘사해 주고 있다. 즉, 동네 아이들은 공놀이 그 자체가 재미있고 즐거워서(즉, 내적 동기로) 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행동에 대해 보상(즉, 노인이 주는 돈)이 주어지면 그 행동 대한 내적 동기가 감소하여 그 행동(활동)에 종사하는 시간이나 관심이 감소됨을 보여 준 것이다. 로체스터대학의 Deci라는 한 사회심리학자가 수행한 다음의 실험 예를 살펴 보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3일에 걸쳐 세 번의 실험이 진행되었는데,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에게 당시 인기 있었던 매우 재미있는 퍼즐게임을 풀도록 하였다.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으로 나뉘어졌다. 첫날 실험에서는 실험집단과 통제집단간에 아무런 절차상의 차이가 없었으며, 가능한 한 많이 퍼즐을 풀도록 하였다. 이튿날 두 번째 실험에서 실험집단의 대학생들에게는 자신이 푼 퍼즐 1개당 1달러의 돈(보상)이 주어졌다. 그러나 통제집단의 대학생들에게는 돈에 대한 언급 없이 첫날과 동일하게 퍼즐을 풀게 하였다. 마지막 셋째날 실험에서는 첫날 실험과 같이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모두 보상 없이 퍼즐풀기를 하게 하였는데, 실험 진행자는 실험 도중에 그럴듯한 이유를 제시하고 잠시 실험실을 떠나면서 8분 뒤에 돌아올테니 잠시 쉬면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이때 실험실의 대학생들은 퍼즐풀기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활동(가만히 앉아 생각하기, 또는 실험실에 비치된 Time지와 같은 잡지보기)도 가능하였다. 이때 일방향 거울로 두 집단 대학생들의 행동이 관찰되었으며, 이 기간 동안 대학생들이 퍼즐놀이에 보내는 시간을 측정하였다. 또한 실험 종료 후 퍼즐놀이 대한 흥미도를 측정하였다. 이 두 측정치가 퍼즐놀이라는 활동에 대한 내적 동기 수준을 반영하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결과에 의하면 실험집단의 경우 셋째날 쉬는 시간에 퍼즐풀기에 보낸 평균 시간은 198초였다. 반면에 통제집단은 242초였다. 즉, 실험집단이 통제집단보다 퍼즐풀기에 보낸 시간이 적었으며, 실험 종료 후 측정한 흥미도에서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실험집단과 통제집단간의 차이는 둘째 날 실험집단이 퍼즐풀기에 대해 돈을 받은 것 이외에는 없었다. 따라서 Deci는 이것을 보상에 의한 내적 동기 감소효과라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보상에 의한 내적 동기 감소효과는 실제 교육 및 산업장면에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미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책을 많이 읽은 학생에게 그에 대한 보상(예를 들어, 상장 수여 등)을 주는 프로그램 실시하는데, 미국 교육협회에서는 이러한 보상이 학생들의 독서에 대한 내적 동기를 감소시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책을 전혀 읽게 되지 않는 잘못된 습관을 길러 준다고 이 제도를 반대하였다.

한편 보상이 내적 동기에 미치는 유해한 효과와 더불어, Amabile이라는 하바드대학의 심리학교수는 창의성에는 내적 동기가 필수적이며, 외적 동기는 창의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관련된 한 일화를 소개하면, 노벨 문학상을 받은 T. S. Eliot에게 한 친구가 축하한다고 말하자 그는 매우 우울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에게는 노벨상이 장례식행 티켓이다. 지금까지 그 상을 받은 어느 누구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외적 보상이 창의적인 수행에 해로운 효과를 가질 수 있음을 의미 있게 표현한 것이다. Amabile는 특정 활동에 대해 보상을 제공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목표와 관련된 자극에만 주의를 집중하게 함으로써, 환경의 다양한 자극들에는 주의를 두지 못하게 하는 주의과정에서의 제한 효과를 제안하였다. 즉, 일반적으로 외적으로 보상된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목표와 관련되어 있는 자극에만 주의를 제한하게 된다. 이러한 보상에 의한 '주의의 협소화'는 창의적 수행에 필수적인 자발성과 유연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Amabile는 이러한 관점을 미로를 달리는 두 쥐에 비유하였다. 즉 보상과 같이 외적으로 동기화된 쥐는 단순히 목표에만 집중하게 됨에 따라 미로 자체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에게 친숙한 가장 분명한 루트를 통해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내적으로 동기화된 쥐는 미로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미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한번도 가보지 않은 루트를 감히 탐색해 보기도 한다. 즉, 외적으로 동기화된 행동은 부과된 외적 목표(예를 들어, 보상얻기, 마감날짜 맞추기, 타인의 인정받기 등)를 달성하는 방향으로만 협소하게 지향된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목표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 과제와 환경의 우연적 측면에 더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가능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성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보상은 실험적, 모험적 행동을 제한한다. 사회심리학자 Condry는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과 관련하여 무엇인가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록, 모험적인 일을 택하거나, 어떤 직감에 따라 행동하거나, 다양한 외부 자극에 대해 고려해 보고자 하는 행동이 감소하게 되므로 '보상은 探究의 적'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보상이 주어지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 같지만,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피험자의 행동보다 대개 질이 낮고, 오류가 많고, 고정관념적이고, 창의성이 낮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상을 기대하는 경우 보다 단순하고 덜 도전적인 과제를 선호하고, 보다 과제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이 적고, 외적 목적의 달성에만 보다 좁게 초점을 맞추고, 모험적 행동의 확률을 낮추고, 종국에는 보다 덜 창의적인 산출을 만들어낸다.

미국과 일본의 개선제안제도에 대한 비교조사결과는 외적 보상보다는 내적 동기가 종업원들의 아이디어 제안에 더욱 중요함을 시사한다. 일본의 제안제도가 성공하게 된 것은 내적 동기를 강조한 것에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1995년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제안이 채택되어 주어진 보상의 양에 있어서 미국은 평균 458달러였으나, 일본은 고작 평균 4달러가 되지못했다. 그러나 종업원 당 평균 제안 수는 미국이 0.16건이었으나, 일본은 18.5건이었으며, 종업원 참여율은 미국이 10.7%, 일본은 무려 74.3%였다. 이러한 결과는 일본의 개선제안제도는 외적 동기가 아닌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보다 적은 금전적 보상으로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창의적인 제안을 유도해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처럼 외적 동기요인인 보상만으로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종업원들의 수행 향상을 위해 연봉제, 파격적 인센티브제도 등을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일시적인 수행 향상 효과를 가져올 지는 모르지만, 업무 수행에 있어 창의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업무들에서는 자칫 보상의 내적 동기 감소 및 창의성 감소 효과가 시사하듯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