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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왕후 회갑기념 병풍 "무진진찬도병"실물 발견

탤런트 2007. 12. 7. 17:02
화려한 궁중공연 장면 생생히 묘사
1868년 고종 養母 신정왕후 회갑기념 병풍 ‘무진진찬도병’ 실물 발견


▲ 병풍 마지막 장면으로 12월 11일. 고종은 왕실 종친과 진찬에 수고한 이들을 경복궁 강녕전에 불러 밤늦도록 잔치를 벌였다. 차일 아래 유리등(네모)과 양각등(월)이 불을 밝히고 있다. 잔치를 기록한 '진찬의궤'는 잔치 준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적었다. 예를 들어 선유락(사진 가운데 큰 원을 그리며 공연하는 모습)에서 노잡이 역을 국희와 옥엽이 했다

▷ 고종을 임금 자리에 오르게 하는데 힘을 보탰던 ‘막후 실력자’ 신정왕후 익종비 조(趙)(1808 ~1890)씨의 회갑 잔치 장면이 13일 처음 확인됐다

대원군이 이끈 경복궁 중건이 끝나고 거처를 경복궁으로 옮긴 고종은 1868년(무진년) 12월, 자신의 정치적 대모인 양모(養母) 조 대비의 회갑과 혼인 50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궁중 잔치(진찬·進饌)를 벌였다. 이를 8폭 병풍에 그림으로 담은 것이 ‘무진진찬도병’(戊辰進饌圖屛)이다. 이 잔치 과정을 기록한 ‘진찬의궤’(進饌儀軌·서울대 규장각 소장)는 당시 잔치 풍경을 병풍 7점으로 제작해 고종과 흥선대원군 등에게 바쳤다고 기록했으나, 정작 병풍의 실물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12월 6일 오후 임금 침소인 강녕전에서 신정왕후와 왕실 친척들만 참여한 '내진찬' 모습. 신정왕후가 주인공이므로, 사진 가장 위쪽 붉은 천을 두른 공간은 여성만 출입 가능했다. 고종은 그 아래 푸른 막을 친 곳에 자리했다. 건고와 삭고등 전통 악기도 손에 잡힐 듯 그렸다

▷ 박지선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 소장(용인대)은 이날 “미국 LA카운티박물관에서 ‘무진진찬도병’의 보존처리를 의뢰해 와 최근 처리를 마쳤다”며 그림을 공개했다. 병풍은 모두 여덟 폭(한 폭 가로 46.7㎝, 세로 136.3㎝)으로, 유숙 이한철 등 당대의 쟁쟁한 궁중 화원 10명이 비단에 채색으로 그렸다.

그림은 몇가지 의미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왕권을 강화하고 국세를 과시하는 경복궁 중건을 마친 직후의 화려하고 당당한 왕실 모습을 담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근정전, 근정문 등 건물 이름이 또렷하게 표시돼있고, 22명의 무용수가 등장하는 대형 춤 ‘선유락’(船遊樂), 모란꽃가지를 꺾어들고 춤추는 ‘가인전목단’ 등 화려한 궁중 공연(정재·呈才) 장면이 생생히 묘사돼 있다. 근정전의 기와나 계단, 지붕 장식인 잡상(雜像)까지 정확하게 나타내 마치 사진을 보는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막상 회갑 축하를 받는 신정왕후나 고종, 대원군의 자리는 빈 의자로 등장하는 것이 독특하다. 왕실을 소재로 한 다른 그림과 마찬가지로 왕권의 존엄함 때문에 임금과 직계친족은 등장하지 않는다.



▲ 1868년 12월 경복궁. 고종은 자신을 와위에 오르게 한 신정왕후 조씨의 회갑을 기념하는 진찬을 마련한 뒤 이를 세 장면으로 나누어 8폭 병풍에 담게했다. 사진은 첫번째 장면으로 12월 6일 근정전에서 신하들이 참여해 열린 '진하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