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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2,000원이면 세상이 내것” 국밥집의 푸짐한 인심 |

탤런트 2007. 1. 8. 23:20
“아지매요, 국밥 한 그릇 말아주소”

“와, 마누라가 아침 밥상도 안 봐 주드나? 아나, 꾹꾹 눌러가 말았으니까네 남기지 말고 다 묵그라.”

매서운 찬바람에 구들장 아랫목 파고들 듯, 꽁꽁 언 손을 바지 호주머니 속으로 자꾸만 찔러 넣게되는 한겨울 새벽녘. 재래시장 한 귀퉁이에서 넉넉한 인상의 아낙네가 말아주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은 오랜 불황으로 빈 호주머니 속만큼이나 허기진 배를 안고 출근길 또는 퇴근길에 나선 ‘가난한’가장(家長)들에게 한끼 위안이 된다.

허연 김 모락모락 나는 국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추위든 가난이든 두려울 게 없어진다.

울산 중구 학산동 역전시장 옛 울산신협 맞은 편에 위치한 ‘평화국밥’. 이 국밥집의 메뉴는 시래기국과 소고기국밥, 장터국수 세 가지로 간단명료하다.

소뼈를 푹 고아 우려낸 소고기국밥과, 집된장으로 막 끓인 시래기국 호호 불어가며 밥 한 숟갈 뜨고나면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뜨거우면서도 시원한 맛으로 추위와 숙취를 화끈하게 날려주는 이 국밥집의 최대 무기는 저렴한 가격.

이 집 밥값은 너무 착한 단돈 2,000원. 때문에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택시기사와 상인, 현장 인부들, 노인들이 단골이다.

주인장 민점수(여·61)씨는 “2,000원 받아서 뭐가 남느냐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나마 2,000원이 없어 외상 해달라는 사람도 있다”며 “한 그릇 팔아 500원 남기기도 힘들지만 가난한 서민들을 생각하면 밥값을 올릴 수 없다”고 말한다. 영업시간은 새벽 3시부터 밤 12시까지.

옥교동 중앙시장 후문에 위치한 ‘할매 칼국수집’은 남자들 기(氣) 살려주는 집으로 유명하다. 이 집 주인장인 손추자 할머니는 올해로 여든 여섯, 정갈한 쪽진 머리의 그는 49년 동안 한결같이 칼국수를 말아왔다. 지금은 ‘옥이네 밥집’과 10평 남짓한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

‘할매 칼국수집’의 칼국수 가격도 너무나 착한 단돈 2,000원. 할매의 손맛과 저렴한 가격 때문에 점심시간이면 장보러 나온 주부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지만 할매는 줄 끄트머리에 서 있더라도 일단 남자 손님들부터 불러 앉힌다.

“가장(家長)인 남자들이 먼저 밥상을 받아야한다”는 게 할매의 지론으로 “내가 먼저 왔다”는 아주머니들의 항변은 할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40여년 동안 이 집 단골이었다는 박모(45)씨는 “집에서 푸대접받던 남자들도 할매 칼국수집에 오면 가장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며 “벌이가 얼마나 되는가를 떠나 가장으로서 어깨를 펼 수 있는 집이어서 자주 들린다”고 말했다.

집에서 직접 끓여 먹던 칼국수 맛이 그립다면 남구 신정시장 내 ‘경주 칼국수’집이 제격이다. 이 곳에서 30년 동안 칼국수를 말아온 천춘자(여·65)씨는 국수면을 기계로 뽑지 않고 손님이 주문을 할 때마다 홍두께로 밀가루 반죽을 밀어 면을 직접 뽑아 끓여낸다. 때문에 면발이 쫄깃하면서도 국물 맛이 깊다. 가격은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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