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종을 울리면서/장지현
시월은 소리 없이 문지방이 달도록
가을을 노래하여 성긴 별빛도
더욱 아름답게 파란 하늘 수놓고도
못내 아쉬운 듯 유성우 밝은 빛을 사릅니다
귀뚜라미 밤을 새워 지치는 날이며
임 그리워 창 밖을 주시하면
괜스레 눈시울 적시는 고독의 몸부림
마지막 잎새 미풍에도 흔들리는 여린 밤입니다
못다 한 코스모스 갈색의 씨앗
씨방에 가득 담아 미래의 나를 만들고
달빛에 졸음 겨와도 붉은 결실 홀로 멘 수숫대
만선의 기쁨처럼 나부끼는 마른 이파리 손 흔듭니다
사랑을 보냈어도 맞이했어도
시큰거리는 밤의 적막은 심신을 조여오고
지긋이 눈 낮게 아래를 주시할 때
보내고 맞이하는 결실의 계절은 그렇게 갈 것입니다
안개 자욱한 오솔길
화들짝 웃음 짓는 들국화 싱그런 향기
가야하는 것은 섧다는 듯 함초롬히 젖은 이슬에
태양을 그리는 새벽 웃음으로 맞이합니다
생명이란
이 세상 나오면 가지 않음이 있던가요
다 유한의 삶이기에 맺히는 것도 섧게 보일지라도
떠나야 함을 알기에 안으로 삭이는 희열일 것입니다
오랜 시간 생존의 기쁨을 만끽하고
동안거 긴 준비의 시간 마감하는 아름다운 시간
고난과 역경의 삶은 뒤에 내려놓고
새하얀 서설의 따스한 솜이불처럼 덮어주기
간절히 구하며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낼것입니다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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