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씨방

◈가을 잠자리◈

탤런트 2007. 6. 20. 18:20

      가을잠자리......나향/이기순 (1)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우리 집 발코니로 날아든 초라한 가을잠자리 한 마리 각박한 인간세상에서 그 누가 지켜줄 것이라 믿었을까 번갈(煩渴)한 모습이 비바람에 지쳐 보인다. 몇 일째 변덕스러운 날씨에 미물(微物)이 낮인지 밤인지도 분간 못하고 오늘따라 밤하늘이 무척이나 차가울 텐데 하룻밤 나그네로 쉬어갔음 좋으련만 힘없는 날개 짓으로 또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쌀쌀한 가을바람에 실어가는 붉은 잠자리 참 애처롭구나, (2)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알록달록 황갈색으로 물들어야 할 가을임에도 시드니의 가을바람 초록 잎을 흔들며 느릿느릿 얄미운 걸음으로 쌀쌀한 가랑비 되어 이방인 가슴 안에 외로운 그림자로 걸터앉는다. 지난날 너와나 희망으로 키워오던 그 큰 포부(抱負) 어디에다 접어두고 광활한 대지(大地)위에 낮선 이방인(異邦人)되어 초라한 어깨위에 허탈한 웃음남기며 긴 세월 살과 뼈 사이마다 이끼처럼 앉아있는 옹골진 고운 꿈 다 이루기도 전에 세월은 또다시 가을초입에서 손짓한다...200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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