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런 바람이 되고 싶다 / 장지현 작
긴 기다림 세월이 나를 밀어도
시간이 기다리지 않더라도
처음처럼 파란 초록이 되고 싶다
거칠 것 없는 파란 하늘
작열하는 햇빛 사랑으로 빛날 때
솔 바람 아무리 흔들어도 비바람 몰아쳐도 그대로이고 싶다
오롯이 시들지 않는
태초에 머금은 향기 세상을 빛 낼 수 있다면
그 길 밝히기 위하여 이름 없는 풀잎 여도 좋다
기다리는 마음 그토록 간절히 구하여 찾아가는 길
내 곁에 머물 수 있다면 지나는 바람 여도
싱그런 만남일 수 있다면 그 길에 다리가 되리라
세상을 흔들다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운 바람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 되어 가을 사위어가고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딜 수 있으리라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것 깊이 감추고
침묵으로 내려가게 하는 갈바람 이어
하늘길 떠가는 한 조각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어
임을 뵙도록 마지막 밀어주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바람이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