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영상詩

수족관 앞의 여인 / 박 경

탤런트 2007. 1. 9. 18:09

      수족관 앞의 여인 / 박 경 이스트우드 기찻길을 따라가다 보면 초록색 네온 조명이 환히 켜진 크럽이있습니다
      기계음이 크기는 해도 저절로 열리는 출입문을 돌아가다 보면
      열대어가 살고 있는 수족관 앞에 아편 가루처럼 쏟아지는 산소 알갱이들을 바라보는 늙은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기차소리가 뜸해지고 열대어들이 휘청거리는 밤이 오면
      여든 두살의 이 여인이 두손을 모아 머리 위로 올린 채 분홍색 투투* 속에서 깨끔박질을 하던 12살 소녀가 되는 시간 입니다
      왼 손은 허리에 올리고 오른 손으로 수족관을 붙잡고 하나 두울 하나 두울 도도하게 춤을 추던 푸른 눈의 소녀는 이제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늙은 여인입니다
      클럽 주차장 한켠에 밤마다 잠자리를 추스르면서 웅크리고 자지만 초록빛 네온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녀는 수족관 앞에 나옵니다
      오늘밤도 아름다운 열대어가 살고 있는 그 수족관 앞에서 쏟아지는 산소 알갱이를 바라보며 아편처럼 웃고있는 그 여인을 보시거든 그 냥 웃어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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