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사랑
바우 이 훈 식
징글 맞은 거미란 놈은
허공에다 음흉하도록 질긴 줄을
생사의 비밀처럼 쳐 놓고
살아 남아야할 무게 중심에
핏발 선 눈빛을
팽팽한 본능으로 감추고는
죽은 듯 없는 듯
흔들리는 목숨 하나
전 생애를 걸고 엎드려 있다가
무조건 잡혀드는 놈이 있으면
동족이건 아니건 상관치 않고
퍼득이는 날렵한 조건반사
독기로 칭칭 감아
반쯤 죽여 놓고는
허기질 때마다 걸신 들린 듯
아픔의 유혈도 없이
온 몸을 녹여가며
한 모금의 영혼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빨아 먹는다
결국 남는 것은
정지된 사유의 빈 껍데기뿐
끝내 보이지 않는
지독한 사랑에 붙잡힌
해독할 수 없는 상형문자로 쓰여진
바로 내 시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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