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의 후미진 도로변, 낡은 건물엔 국내 최초 장애인 그림 공간,
'소울음'이 있습니다.
> >5명의 중증 장애 화가들이 숙식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요.
> >[안녕하세요. 아무 일 없었습니까?] 공휴일과 일요일을 빼고, 매일 아침 9시면 어김없
이 소울음 식구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는 사람,
올해 쉰 한살의 허철웅 씨입니다.
> >[현성아 잘 잤나? 아무일 없고? 안춥나? (약간 추워요.) 옷 입어야 되겠네.]
이 곳에서 허철웅 씨는 몸이 불편한 장애 화가들의 손발이 되어줍니다.
> >얼굴을 닦아주고, 양치질을 대신 해주고, 옷도 입혀줍니다.
> >[신현성/구필화가,뇌성마비 2급 : 굉장히 잘해 주세요. 편하게... 좋아요.]
팔레트에 물감을 짜주고, 붓을 입에 물려주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허철웅 씨의 역할입니다.
>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허철웅 씨도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
인 입니다.
> >군대 시절, 상관에게 가볍게 맞은 게 뇌 손상을 일으킨 것인데요.
> >작은 스트레스에도 발작을 하고, 항상 불안해서 사회 생활이 거의 불가능했었던
허씨에게 '소울음'은 삶의 터전이 되어주었습니다.
> >[허철웅/장애인 봉사자 : 저한테는 꼭 필요한 공간이에요. 저는 그림을 좋아하니까
봉사도 하면서 원장님한테 그림도 배우고 참 좋은 거 같아요. 천당 같아요. 천당.]
미술 치료사인 누나의 소개로 소울음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봉사를 시작한지 올해로 5년째.
> >[철웅 형님, 저 사진 좀 꺼내 주실래요?] 하루 종일 중증 장애인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게 힘들 법도 한데, 오히려 '소울음'에 온 이후 허씨의 증세는 전보다 좋아졌습니다.
> >[허철웅/장애인 봉사자 : 지금은 너무 좋죠. 병도 재발않고, 병원에 한번씩 입원하면
괴로웠거든요. 여기 오고 부터는 재발도 안하고 참 좋은거 같아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삶이 허무하고 무기력했던 허씨였지만, 이 곳에 온 후 스스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자신감도 되찾았습니다.
> >또 여기서 배우기 시작한 그림도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하는 또 다른 치유제가
되었습니다.
> >[신용구/허철웅 씨 담당의사 : 어떻게 보면 그림이나 봉사는 허철웅 씨한테는 그동안
무너져 내렸던 자기 나름대로의 성격이나, 내적인 힘을 강화할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오랜만에 인근에서 있는 누나의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 >[그림도 열심히 한다고 내가 얘기는 듣고 있는데 누가가 자주 못 가서 미안하다.] >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면서도 스스로 제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는 동생이 고맙기만
합니다.
> >[이건 무슨 그림이예요? (뭐 같아 보여?) 새로 태어나는 거... (너가 그렇게 봤다면,
너의 에너지가 지금 새로 태어나고 있다는...)] 봉사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가는 허철웅 씨.
> >월 40만원을 받는 기초생활보호대상으로 부족한 생활이지만, 마음 만큼은 더없이
넉넉하기만 합니다.
지난해엔 이런 봉사가 작은 빛을 발해 복지부 장관상도 받았습니다.
>>[원장님과 같이 늙어 흰머리가 날 때까지 여기 있을 겁니다. 여기 계속 살 거예요.
앞으로도...]
화폭에 세상을 그려가는 '소울음' 식구들에게 허철웅 씨는 날개 없는 천사로 오랫동안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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