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수명을 최고
10배까지 연장시키는 생체 페로몬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페로몬(pheromone)은 동물이 몸 밖으로 분비하는 신호전달물질. 이번 연구를 활용하면 사람을 비롯한 다른 동물의 수명연장이나 새로운 비만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세대 백융기(白融基·53·생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2일 “선충(線蟲)은 생존환경이 나빠지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휴면(休眠)상태에 빠진다”며 “이를 유도하는 페로몬인 ‘다우몬(daumone)’을 처음으로 찾아내 구조까지 밝혀냈다”고 말했다.
선충은 회충과 같은 실 모양의 무척추동물로 보통 14일 정도 살지만, 환경이 열악해지면 유충 상태를 계속 유지해 수명이 최고 10배까지 늘어난다. 백 교수는 “연세대 정만길(鄭晩吉·55·화학과) 교수가 합성한 인공 다우몬도 선충의 휴면을 유발하는 것을 우리 연구팀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선충의 휴면은 30여년 전에 알려졌지만 원인물질은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3일자 ‘네이처’지(誌)에 게재됐으며, 다우몬 합성기술은 23개국에 특허출원됐다.
백 교수는 “선충이 휴면할 때는 몸 속에 지방을 축적하는데 이를 역이용하면 새로운 비만치료제를 개발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인체 세포에서 다우몬과 결합하는 단백질을 찾고 있다. 여기에 다우몬 대신 다른 물질이 결합하도록 해 지방축적을 막는다는 것.
백 교수는 또 “선충과 같은 종류인 소나무 재선충을 계속 휴면상태로 유지시키는 신개념의 살충제도 개발 중”이라며 “난치병 환자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휴면상태에 빠지게 해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